※ 약간 혐오스러운 주제를 다루고 있고 스포일러가 되고 있으니 주의해주세요
유튜브에서 영화와 미드(미국 드라마)에 대한 리뷰 영상을 보다가 우연히 ‘블랙미러’에 대해 알게 됐다. 블랙밀러는 사실 미드가 아니라 영드지만 영드에 관심이 없었던 탓인지 미드패들인 나로서는 시즌1이 2011년에 나왔다는데 지금까지 몰랐다고 하니 왠지 충격적이다.
어쨌든 블랙밀러는 아주 독특한 드라마다. 과학기술의 급격한 발전에 따라 한국 사회에 미칠 악영향을 극단적으로 그려낸 드라마다. 일반 드라마처럼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쭉 이어지는 형태가 아니라 (간단히 말해 단막극처럼) 에피소드마다 한 주제로 이야기한다. 소개한 것처럼 아주 극단적으로 상황을 그려내지만 다소 억지스러운 감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이를 통해 우리가 생각하는 바를 보다 분명하게 드러냈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흥행 위주의 미드와는 달리 이를 보면서 윤리적이고 철학적으로 뭔가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드라마다.만약 당신이라면?어느 날 영국 총리는 비디오 하나를 받게 된다. 그중 주인공은 그의 영국 공주였다. 그런데 납치범들은 공주의 목숨을 담보로 돈이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영국 총리에게만 무언가를 요구한다. 내용인 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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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Mirror S01E01-terrest rial : 육생의, 지구의, *(방송)지상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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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는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다. 그리고 범인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다 실패하고 다시 납치범을 속이기 위한 방법을 만들려고 했지만 결국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갔다. 결국 할 수 없이 그의 요구 조건을 들어주기로 했다.공주의 목숨 vs 본인의 명예,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공주를 구출하기 위한 방법이 모두 실패한 뒤 결국 약속시간이 임박했고 총리는 결국 이들의 요구조건대로 온 국민이 보는 가운데 카메라 앞에 섰다. 그리고 그는 이것이 공주를 위한 희생인 동시에 자신이 아내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그들을 동정한다.



처음에는 사람들도 장난인 줄 알고 다들 웃음이 바빴어. 하지만 정말, 정말 그 광경을 목격하자 사람들은 더 이상 웃음을 머금지 못했다. 드라마 속에서 그런 무서운 장면을 당당하게 보여줄 수 없었기에 일그러지는 사람들의 얼굴로 그 자리를 대신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아내도 이를 지켜봤다는 점이다.





무엇이 우리를 괴롭히는가

돼지와의 성교 후 절망에 빠진 총리는 화장실에서 구토를 하며 울었다. 화장실 문을 잠근 채 비서진의 관심도 뒤로 하고 아내의 전화도 외면한 채 혼자 갇혀 좌절했다. 총리로서의 명예가 훼손됐을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마저 무참히 훼손됐기 때문은 아닐까.
그리고 1년이 지난 뒤 국무총리 부부는 언론 앞에서 행복한 모습을 보였고, 살아 돌아온 공주는 결혼과 임신을 하면서 행복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TV에서 보여 주는 행복한 모습과는 달리 집에 들어서자 아내는 그를 외면했다. 처음엔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돼지를 며칠 동안 어떤 남편이 경멸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게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인터넷을 통해 다른 사람의 의견을 찾아봤는데 다양한 의견 중에서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처음에는 단순히 아내에게 그런 것을 보여주기도 민망하고 여러모로 말하기 어려울 것 같아 그의 입장을 이해했지만 돌이켜보면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수상은 모든 과정에서 아내를 철저히 배제했다. 수상으로서의 지위와 평판에 대해서 생각하고, 모든 의사결정은 보좌진과 상의해 결정했다. 결국 돼지와의 성교를 하기로 한 결정도 아내의 생각은 없었고, 아내는 그저 방에서 혼자 그 장면을 TV로 지켜볼 뿐이었다.




이 장면이 결정적인 증거가 되지 않을까 싶다. 돼지와의 물간은 단순히 공주를 구하기 위한 희생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그래야 인간성을 지닌 정치인으로 보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만약 처음부터 자신의 명예와 평판 때문에 납치범의 요구를 듣지 않고 있었지만 공주가 죽는다면 사람들은 그를 냉정한 사람으로 여길 것이기 때문에 어쨌든 그는 정치적인 계산기를 두드려 판단한 것이다.

물론 총리는 치욕적인 일을 겪었고 가장 큰 고통을 겪은 사람임에 틀림없다. 화장실에서 혼자 토하며 우는 장면은 그의 인간적인 모습을 드러낸 것 같다. 계산을 통해 행동하는 냉철한 정치인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모습이다. 그래서 뭔가 더 아쉬웠어 먼저 그가 취한 행동으로 인해 아내를 잃고 말았다. 인과응보라고 할 수 있지만 극단적인 상황이라는 점에서 조금은 고려의 여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또 차라리 돼지와의 며칠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보좌진과 함께 언론에 발표하는 성명문을 검토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그는 섭섭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말 너무 습하고 습하고 생각이 많은 드라마였어
다음 번 제2화를 기대한다.